내 트렁크. 보기에는 평범한, 낡은, 조금은 녹슨 자동차 트렁크다. 하지만 그 안은… 아, 그 안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정말이지, 괴물들이 산다고 해도 믿을 만큼 혼돈의 카오스다. 마치 낡은 퍼즐 조각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무작위로 쌓여 굳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먼지다. 두꺼운 먼지 층이 모든 것을 뒤덮고 있어, 마치 고고학 유적지를 발굴하는 기분이다. 먼지 속에서 잠자고 있는 물건들은 그 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낡고 변색되어 있다. 혹시나 묻어 있는 먼지를 털어내려고 손을 뻗으면, 마치 미이라의 저주라도 받을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그 먼지 더미 속에서 간신히 형체를 드러내는 물건들 중에는, 10년 전 여름 휴가 때 샀던, 지금은 아무도 입지 않는 촌스러운 플라밍고 무늬 수영복이 있다. 당시에는 유행이었겠지만, 지금 보니 끔찍할 정도로 촌스럽다. 어쩌면 이 수영복은 먼지 속에서 숨 쉬며, 다시 유행할 날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믿고 싶다. 그래야 내가 이 괴물 같은 트렁크를 정리할 명분이 생기니까.
그리고 그 옆에는, 낡은 골프채 세트가 잠들어 있다. 나는 골프를 칠 줄 모른다. 아마도 옛날에 누군가에게 선물 받았던 것 같은데, 언제 받았는지, 누가 선물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냥 묵묵히 먼지 속에 묻혀, 자신의 존재 이유를 묻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이 골프채는, 나에게 골프를 배우라고 끊임없이 속삭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속삭임을 무시하고 싶다. 골프는 너무 어려워.
트렁크 깊숙한 곳에는, 어떤 괴물보다도 무서운 존재가 숨어 있다. 바로… 잊혀진 기억들의 보따리다. 낡은 사진들, 알 수 없는 편지들, 쓸모없어진 여행 계획서들… 이것들은 마치 망령처럼 트렁크 속에 붙어서, 과거의 나를 괴롭히는 듯하다. 행복했던 순간들, 후회했던 순간들, 잊고 싶었던 순간들… 모든 기억들이 먼지와 함께 뒤섞여, 나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리고 그 모든 혼돈의 중심에는, 가장 끔찍한 괴물이 존재한다. 바로… 내가 무엇을 버려야 할지, 무엇을 간직해야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