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나만 빼고 다 풍년?!**

정월대보름.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설렘과 흥분, 그리고… 엄청난 양의 음식. 솔직히 말해서, 저는 정월대보름이 조금 무섭습니다. 무서운 게 아니라… 벅찬 감동과 동시에 압도적인 포만감에 질식할 것 같은 두려움이랄까요. 마치 맛있는 음식의 쓰나미에 휩쓸리는 기분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엄마는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오곡밥, 묵은 나물, 약밥, 빈대떡, 귀밝이술… 마치 전쟁터에서 보급품을 준비하는 장군처럼 열정적으로 음식을 만들어내십니다. 그 양이란… 제가 혼자 먹는다면 아마 3일은 거뜬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요.)

사실 저는 정월대보름 음식에 대한 애증이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애정은 물론 맛있기 때문입니다. 오곡밥의 고소함, 묵은 나물의 쌉싸름한 맛, 빈대떡의 바삭함, 약밥의 달콤함… 하나하나 다 제 입맛을 사로잡는 훌륭한 음식들입니다. 하지만 ‘증’은 바로 그 양입니다. 마치 음식이 저를 압도하려는 듯, 끝없이 펼쳐지는 푸짐한 상차림은 제 식욕을 초월하는 경지에 이릅니다. 저는 이미 설날부터 꾸준히 떡국과 갈비찜, 만두 등의 폭풍 섭취를 경험했기에, 정월대보름의 음식은 그야말로 ‘마지막 보스’와 같은 존재입니다.

올해는 특히 엄마가 열정적으로 만들어 놓으신 엄청난 양의 밤을 보니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밤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이지만, 밤을 너무 많이 먹으면… 아시죠? 다음날 아침 화장실과의 긴밀한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정월대보름에는 전략적인 식사 계획을 세웁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부터 먹고, 덜 좋아하는 음식은 조금씩만 먹고, 중간중간 물을 많이 마시며 속을 달래주는 것이죠. 마치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장수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전략을 잘 세운다고 해도, 엄마의 음식 앞에서는 무력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마는 제가 음식을 조금만 먹으면 “얘야, 맛있으니깐 더 먹어라!” 하시며 끊임없이 음식을 권하십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마치 굶주린 짐승처럼 음식을 먹어치우는 제 모습에 놀라곤 합니다. 정말… 엄마의 음식 앞에서는 제 의지가 무너져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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