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경쟁? 그 말은 마치 “살짝만 밀어붙여 볼게요” 라고 말하면서 핵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습니다. 겉으로는 훈훈한 미소와 격려의 말이 오가지만, 속으로는 이미 승리를 향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죠. 저는 그 전투의 최전선에 서 있는 용감한(혹은 미친?) 전사입니다. 그리고 제 무기는 바로… 엄청난 집중력과 약간의 사악한(?) 전략입니다.
최근 회사에서 열린 사내 베이킹 대회가 바로 그 전쟁터였습니다. 주제는 ‘가을을 담은 케이크’. 참가자들은 모두 훌륭한 베이커들이었죠. 어떤 이는 밤톨을 이용한 정교한 조각 케이크를, 또 어떤 이는 낙엽 모양의 섬세한 슈가크래프트를 선보였습니다. 저는요? 저는 그들의 섬세함을 비웃으며 ‘가을의 풍요로움’이라는 제목 아래, 엄청난 크기의 케이크를 만들었습니다. 높이만 30cm는 족히 넘는, 마치 가을 수확 축제의 거대 센터피스 같은 케이크였죠.
재료는? 아낌없이 퍼부었습니다. 호박, 고구마, 밤, 사과, 견과류… 심지어는 계피와 정향까지 듬뿍 넣어 향긋함까지 더했습니다. 크림은 산더미처럼 쌓았고, 장식은 화려함을 넘어 폭력적일 정도였습니다. 다른 참가자들이 정교한 미니어처를 만들고 있을 때, 저는 거대한 케이크 옆에서 삽으로 크림을 퍼 나르고 있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의 반응은… 흥미로웠습니다. 정교한 케이크들을 칭찬하며 감탄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제 케이크 앞에서는 말문이 막힌 듯했습니다. 한 심사위원은 “이건… 케이크라기보다는… 가을의 괴물이군요!” 라며 경외감 섞인 말을 했습니다. 또 다른 심사위원은 포크를 들고 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엄청난 크기의 한 조각을 썰어 먹고는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맛은… 훌륭하군요!”
결과는 당연히 제 승리였습니다. ‘가을의 풍요로움’은 압도적인 크기와 맛으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물론 다른 참가자들의 케이크도 훌륭했지만, 저의 ‘선의의 경쟁’은 그들의 섬세함을 압도하는 압도적인 스케일로 승리했습니다. 물론, 그들은 제 케이크를 먹으며 즐거워했지만, 속으로는 ‘저 녀석…!’ 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저는 승자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