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숟가락을 든 순간부터 전쟁은 시작되었다. 상대는 바로… 떡국. 정확히는 떡국 그릇 속에 담긴, 나의 나이를 1년 더 증가시키려는 음모에 찬 떡국 한 그릇. 나는 평화주의자다. 전쟁은 원치 않았다. 하지만 떡국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매끈하고 하얀 떡 조각들은 마치 군대처럼 정렬되어 있었고, 시원한 육수는 적군의 진격을 알리는 북소리처럼 들렸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 이전에도 똑같은 전쟁이 벌어졌다. 매년 새해 첫날, 나는 떡국과의 처절한 싸움을 벌여왔다. 승리의 조건은 간단하다. 떡국을 먹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에 가깝다. 가족들의 따뜻한 눈빛, 엄마의 정성이 듬뿍 담긴 떡국 한 그릇을 거부하는 건, 마치 크리스마스에 산타를 거부하는 것과 같다. 내 마음속의 산타는 엄마이고, 그 산타가 건네는 선물은 바로… 1년 더 늙는다는 잔혹한 진실을 담은 떡국이다.
전투는 시작되었다. 나는 먼저 젓가락으로 떡을 하나하나 집어 올리며 전략을 세웠다. 적은 많았다. 크고 작은 떡들이 육수 속에 숨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숙련된 전사처럼, 떡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분석했다. 너무 크면 씹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너무 작으면 목에 걸릴 위험이 있다. 완벽한 떡을 선택하는 것은 마치 전투에서 적절한 무기를 선택하는 것과 같았다.
첫 번째 떡을 입에 넣는 순간, 전율이 온 몸을 휩쓸었다. 부드러운 떡의 식감과 시원한 육수의 조화는… 마치 적군의 함정과 같은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한 그릇을 다 먹어치우는 순간, 나는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미 게임 오버였다. 나는 패배를 인정해야만 했다.
하지만 패배는 곧 새로운 전략을 세울 기회를 의미한다. 내년에는 어떻게 떡국과의 전투를 피할 수 있을까? 도망칠까? 숨을까? 아니면… 떡국을 몰래 다른 사람에게 떠넘길까? 음… 그건 좀 치사한 방법인 것 같다.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떡국은 맛있다. 하지만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은… 씁쓸하다. 이 딜레마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매년 새해 첫날, 나는 떡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아마도…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