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가요대제전. 역사에 길이 남을, 아니 역사에 묻히고 싶을 만큼 혼란스러운 무대가 펼쳐졌다. 사실, 혼돈이라는 단어는 너무 순화된 표현이다. ‘카오스’, ‘대환장 파티’, ‘아니 이게 뭐람?’ 정도가 더 적절할 것이다. 올해는 특히나 ‘예측불허’라는 단어가 유행어처럼 붙어 다녔다. 그 이유는 바로, 갑작스러운 무대 뒤바뀜, 끊임없는 음향 사고, 그리고… 아이돌들의 예상치 못한 즉흥 퍼포먼스 때문이었다.
먼저, 가장 큰 혼란의 원인이었던 무대 뒤바뀜부터 살펴보자. 본래 1부의 마지막 무대는 국민 걸그룹 ‘핑크벨벳’의 신곡 ‘우주 폭발’이었다. 화려한 특수효과와 압도적인 무대 연출로 엄청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리허설 중 발생한 폭죽 사고로 인해, 급하게 ‘트로트계의 샛별’ 박철수 씨의 ‘흥겨운 짝짜꿍’으로 대체되었다. 문제는 박철수 씨가 핑크벨벳의 무대 의상을 그대로 입고 나왔다는 점이다. 핑크빛 시스루 드레스와 깃털 장식은 박철수 씨의 넉살 좋은 미소와는 영 어울리지 않았다. 관객들은 웃음과 당황스러움을 동시에 느끼며, 휴대폰 카메라 셔터를 쉴 새 없이 눌러댔다. 방송 사고의 클래식이라 할 수 있는 ‘음소거’ 사태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이어서 펼쳐진 아이돌 그룹 ‘슈퍼스타즈’의 무대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그들은 칼군무로 유명한 그룹이지만, 이날 무대에서는 칼군무는커녕 칼싸움이 벌어질 뻔했다. 무대 중간, 멤버 준혁이 갑자기 넘어지면서, 뒤따르던 멤버 태훈의 발에 채였다. 태훈은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고, 바로 옆에 있던 멤버 지훈의 마이크를 떨어뜨렸다. 마이크는 땅에 떨어지면서, 갑자기 폭죽처럼 터져 나왔다. 알고 보니, 마이크 속에 숨겨져 있던 헬륨 풍선이 터진 것이었다. 멤버들은 헬륨 풍선 파편을 맞고, 웃음을 터뜨렸다. 관객들 역시 웃음을 참지 못했지만, 동시에 ‘저게 뭐였지?’라는 의문을 가졌다. 방송은 급하게 다음 무대로 넘어갔고, ‘슈퍼스타즈’의 무대는 헬륨 풍선 폭발 사건으로 기억되었다.
하지만 진정한 혼돈은 이제부터 시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