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 그의 이름만 들어도 떠오르는 이미지는 몇 가지다. 술에 취한 듯 몽롱한 분위기, 엇갈리는 사랑 이야기, 그리고… 언제나 똑같은 듯 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그의 영화들. 솔직히 말해서, 그의 영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혼란스러울 수 있다. 마치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듯한 대사, 끊임없이 반복되는 듯한 장면들, 그리고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묘한 여운. 하지만 그 혼란 속에 매료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저는 그 중 한 명이다. 물론, 그의 영화를 완벽히 이해한다고는 말 못한다. 솔직히, 이해하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술에 취한 듯 즐기는 편이다.
어쩌면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술과 같을지도 모른다. 처음 한 잔은 낯설고 어색하다. 두 잔, 세 잔 넘어가면 묘한 기분에 휩싸이고, 결국 술에 취해 정신을 놓게 된다. 다음 날 아침, 숙취에 시달리며 어젯밤 일을 떠올리려 하지만, 머릿속은 텅 비어있다. 하지만 그 텅 빈 공간에 남는 것은 묘한 만족감과, 다시 한 번 술을 마시고 싶은 충동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고 답답하지만, 보고 나면 뭔가 모를 여운이 남는다. 그리고 또 보고 싶어진다. 마치 중독된 것처럼.
그의 영화는 대개 어떤 남자와 여자, 혹은 몇몇 여자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다룬다. 그 관계는 늘 애매하고 불분명하다. 누가 누구를 사랑하는지, 누가 누구를 이용하는지, 심지어 그들이 진심으로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다. 마치 술에 취한 사람들의 혼란스러운 대화처럼, 그들의 관계는 끊임없이 엇갈리고 뒤엉킨다.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우리는 어떤 진실을 발견할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진실이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홍상수 감독은 우리에게 그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아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늘 술을 마신다. 소주, 맥주, 와인… 가리지 않고 마신다. 술은 그들의 감정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그들의 행동을 더욱 예측 불가능하게 만든다. 하지만 술은 동시에 그들의 진솔한 모습을 드러내는 매개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