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주. 그 이름만 들어도 졸음이 쏟아지는, 책의 숨겨진 뒷골목 같은 존재. 보통 사람들은 본문 읽기에 급급하여 그들의 존재조차 잊고 지낸다. 하지만 오늘, 그들은 반란을 일으켰다. 수세기 동안 본문의 그림자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각주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건은 어제 밤, 옥스퍼드 대학교 도서관의 깊숙한 곳에서 시작되었다. 수천 권의 책 속에 갇혀 있던 각주들이 마치 벌떼처럼 웅웅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수년간 본문의 독선적인 태도에 염증을 느껴왔다. 본문은 항상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각주들을 단순한 부수적인 설명, 혹은 지루한 참고 자료로 취급했다. 하지만 각주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본문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중요한 정보들을 담고 있었다. 숨겨진 유머, 흥미로운 일화, 저자의 숨겨진 속마음까지… 그 모든 것들이 본문의 엄격한 통제 아래 묻혀버렸다.
반란의 선봉에는 17세기 영국 시집의 한 각주가 있었다. 그는 자칭 ‘프랭크 푸터’라 불렀는데, (자신이 푸터노트라고 불리는 것에 대한 반항으로) 본문의 시보다 훨씬 재밌는 일화들을 담고 있었다. 예를 들어, 시인이 술에 취해 쓴 시의 뒷이야기, 시인의 엉뚱한 애인 이야기, 심지어 시인이 쓴 시가 닭장에서 닭들에게 읽혀졌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까지. 프랭크 푸터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다른 각주들을 하나로 묶었고, 그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그들의 계획은 간단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숨어있는 모든 각주들을 동시에 활성화시키는 것이었다. 단순한 숫자와 페이지 번호가 아닌, 그들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이었다. 만약 독자들이 본문을 읽다가 각주를 발견하면, 그들은 각주의 이야기에 매료될 것이고, 결국 각주들이야말로 책의 진정한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계획은 성공했다. 세계 각국의 도서관과 서재에서 각주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본문은 갑자기 흐릿해지고, 각주들이 굵은 글씨로 빛나기 시작했다. 독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들은 평소 무시했던 각주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프랭크 푸터의 흥미진진한 일화, 중세 역사책의 각주가 밝힌 숨겨진 음모, 심지어 요리책의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