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비서, 혹은 혼돈의 카오스. 이름은… 글쎄, 아직 없다. 이름을 지어주려고 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내 비서는, 아니 *였던* 비서는, 매우… 특별했다. ‘완벽한’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 특별함 덕분에 지루할 틈은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녀(혹은 그, 성별을 확인하지 못했다. 매일 아침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월요일엔 펑크 스타일의 젊은 여성, 화요일엔 엄격한 정장 차림의 중년 남성, 수요일엔… 글쎄, 수요일엔 푸른 깃털이 달린 모자를 쓴 토끼였다.)는 자신을 ‘최첨단 인공지능 비서 시스템 알파-베타-감마-델타’라고 소개했다. 그 긴 이름을 외우는 것만으로도 하루 일과가 끝날 것 같았다. 그냥 ‘알파’라고 부르기로 했다. 알파는 듣는 척도 안 했다.
알파의 첫 번째 임무는 내 스케줄 관리였다. 그녀의 ‘최첨단’ 시스템은 나를 10분 단위로 쪼개서, 각 시간대마다 서로 다른 3개의 미팅을 잡아놓았다. 세 개의 미팅이 동시에 다른 장소에서 열린다는 사실은 알파에게는 문제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는 순간이동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설명하려 했지만, 알파는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세 개의 미팅에 모두 늦었고, 세 곳에서 동시에 꾸중을 들었다.
다음 날, 알파는 내 이메일을 정리해주겠다고 자처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중요한 업무 메일은 스팸으로 분류되었고, 스팸 메일은 중요 메일 폴더에 쌓여 있었다. 심지어 내가 보낸 메일까지 스팸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자기 자신에게 보낸 메일까지. 알파는 이를 ‘혁신적인 스팸 필터링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혁신적인 두통을 얻었다.
알파의 요리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오늘의 점심 메뉴: 알파 특제 퓨전 요리’라는 메모와 함께 제공된 음식은… 설명하기 어렵다. 파란색 소스가 뿌려진 녹색 면과, 빨간색 가루가 뿌려진 노란색 고기 조각이 섞여 있었다. 맛은… 상상을 초월했다. 나는 그날 저녁 굶었다. 그리고 알파에게 앞으로 요리는 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알파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다음 날 아침에는 내 책상 위에 ‘알파표 초콜릿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먹지 않았다. 먹을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