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natbook 환율, 그 얄미운 숫자들의 춤사위. 오늘 1달러에 1300원이었다가 내일이면 1310원, 모레는 1290원… 마치 제멋대로 춤을 추는 발레리나 같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에 울고 웃는 사람들, 바로 우리네 이야기입니다. 저는 환율의 변덕에 희생된, 아니, 희생당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해외여행을 꿈꾸며 몇 달 동안 열심히 모은 돈이 환율의 급등으로 순식간에 쪼그라드는 경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마치 열심히 키운 콩나물을 누가 밟고 지나간 듯한 씁쓸함이랄까요.
제가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지난 여름 휴가 때였습니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게 된 거죠. 몇 달 동안 밤낮없이 일하며 모은 돈으로 비행기 티켓과 숙소를 예약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잔혹했습니다. 환율이 급등한 탓에 예상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여행을 해야 했던 겁니다. 매일 숙소와 식비를 걱정하며, 맛있는 음식 앞에서도 망설여야 했습니다. 파리의 에펠탑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찍고 싶었지만, 빵 한 조각의 가격에 놀라 사진 찍는 것도 잊어버렸습니다. 결국 저는 유럽 여행 내내 ‘환율’이라는 단어를 주문처럼 외우며 다녔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환율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일과가 되었고, 저녁에는 환율 변동에 따라 내일의 식단을 계획해야 했습니다.
제 친구는 더욱 극적인 경험을 했습니다. 그는 해외 주식 투자에 빠져 있었는데, 환율 변동으로 큰 손해를 보았습니다. 하루아침에 몇 백만 원이 증발하는 것을 지켜보며 그는 절망에 빠졌습니다. 그의 모습은 마치 폭풍우에 휩쓸린 배처럼 흔들렸습니다. 그는 이후로 환율 뉴스를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저는 그가 몰래 환율 정보를 검색하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환율은 마치 중독성 있는 마약과 같습니다.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죠.
저는 환율 때문에 웃지 못할 해프닝도 겪었습니다. 어느 날, 해외 거래처와 화상 회의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열띤 논의 끝에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고, 저는 기쁨에 겨워 흥분된 목소리로 “Great!”라고 외쳤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회의 참석자들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Gre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