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르는 평범한(?) 거인이 아니었다. 키는 20미터가 훌쩍 넘었지만, 신발 끈 묶는 건 영 서툴렀고, 엄청난 힘에도 불구하고 컵라면 뚜껑을 뜯는 데는 매번 애를 먹었다. 오늘도 이미르는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바로, ‘세상에서 가장 큰 빨랫줄’을 설치하는 일이었다. 자신의 빨랫감, 즉, 코끼리 한 마리 분량의 양말과 곰 한 마리 크기의 티셔츠들을 널기 위해서는 특별한 빨랫줄이 필요했다.
그는 며칠 전, 산 하나를 통째로 뽑아 빨랫줄로 쓰려고 시도했지만, 산이 너무 무거워서 뽑는 데 실패했고, 결국 산 아래 마을에 작은 지진을 일으켜 큰 소동을 벌였다. 마을 사람들은 이미르에게 항의했고, 이미르는 억울함에 눈물을 흘리며(눈물 한 방울이 작은 폭포처럼 쏟아졌다)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오늘 그의 선택은 ‘무지개 빨랫줄’이었다. 무지개는 튼튼하고, 길이도 충분하며,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그는 망치 대신 거대한 무지개 빛깔의 깃털을 든 채, 하늘을 향해 힘차게 뛰어올랐다. 그의 발걸음은 작은 지진을 일으켰고, 주변의 새들은 놀라 날아올랐다. 하지만 이미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무지개를 잡아 땅에 고정시키려 했지만, 무지개는 너무 미끄러웠다.
“젠장, 이 끈적끈적한 무지개 같으니라고!” 이미르는 탄식했다. 그의 탄식은 엄청난 바람을 일으켜 주변 나무들을 휘청거리게 했다. 결국, 그는 무지개를 잡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그는 먼저 거대한 나무 두 그루를 뽑아왔다. 그 나무들은 이미르의 손에 들리자 마치 작은 막대기처럼 보였다. 그는 그 나무들을 땅에 박고, 그 사이에 엄청난 크기의 로프를 엮었다. 로프는 워낙 커서 마치 작은 강처럼 보였다.
드디어 빨랫줄이 완성되었다. 이미르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거대한 빨랫감을 꺼냈다. 양말은 코끼리 다리만큼 컸고, 티셔츠는 곰을 덮을 만큼 컸다. 그는 빨랫감을 빨랫줄에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빨랫감이 너무 무거워서 빨랫줄이 끊어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으악! 망했다!” 이미르는 비명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