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보다 웃긴 정월대보름**

정월대보름. 듣기만 해도 왠지 모르게 엄숙하고, 흥겨우면서도, 살짝 피곤한 느낌이 드는 날이죠. 올해는 쥐불놀이 금지령에, 액운 쫓는 풍습은 왠지 촌스럽게 느껴지고… 솔직히 말해서, 저는 정월대보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딱 하나 있습니다. 바로, 엄청나게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겁니다.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정월대보름이면 온 동네 사람들이 마치 어떤 희귀한 팝콘을 얻기 위해 기다리는 듯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그 대상은 바로, 부럼! 어른들은 잣, 호두, 땅콩, 은행 등 온갖 견과류를 잔뜩 넣은 부럼을 까먹으면 이가 튼튼해진다고 했죠. 하지만 저는 그 긴 줄에 서 있는 시간이 이빨이 다 닳아 없어질 정도로 길게 느껴졌습니다.

그 긴 줄은 마치 어떤 대형 할인마트의 오픈 세일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습니다. 앞사람은 팔짱을 끼고 핸드폰을 보고 있고, 옆 사람은 졸고 있고, 뒤 사람은 괜히 제 옷깃을 잡아당기는 등… 그야말로 인간의 다양한 표정과 행동을 한꺼번에 관찰할 수 있는 훌륭한 사회 관찰의 장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제 차례가 왔습니다. 기대감에 부풀어 부럼을 받았죠. 하지만 그 기대감은 순식간에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받은 부럼은… 다 깨진 잣과 몇 알 남지 않은 땅콩, 그리고 껍질만 남은 은행의 조합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누군가가 부럼 봉지를 굴리고 밟고 흔들어 놓은 듯한 끔찍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부럼에 대한 환상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차라리 이가 튼튼해지는 영양제를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쥐불놀이… 제가 어렸을 때는 쥐불놀이를 하다가 옷에 불이 붙는 친구도 있었고, 쥐불놀이 하다가 싸우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결국 쥐불놀이는 혼돈과 혼란의 현장이었죠.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오곡밥입니다. 어른들은 오곡밥을 먹으면 건강해진다고 했지만, 저는 솔직히 오곡밥의 맛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찹쌀, 콩, 수수, 조, 차조… 다섯 가지 곡물이 섞인 오곡밥은 제 입맛에는 그저 밍밍하고 텁텁한 맛이었습니다. 차라리 밥에 김치만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