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떡국 한 그릇은 단순한 음식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이자,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는 씁쓸함과 설렘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의 콜라보레이션이죠. 저는 떡국과 꽤나 깊은 사연이 있습니다. 어릴 적에는 떡국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었죠. 하얀 떡의 쫄깃함과 시원한 국물은 제 어린 입맛을 사로잡았고, 엄마가 썰어주신 계란 지단은 마치 황금빛 보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때는 떡국 한 그릇이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습니다. 떡국을 먹고 나면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보다는 새해의 희망찬 기운에 더욱 마음이 벅찼죠.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떡국에 대한 제 감정도 변화했습니다. 어른이 되면서 떡국은 더 이상 단순한 맛있는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곧 다가올 한 해의 숙제를 상징하는, 어찌 보면 얄궂은 존재가 된 것이죠. 매년 떡국을 먹을 때마다 저는 제 자신에게 묻습니다. “올해는 뭘 좀 해야 할 텐데…” 마치 떡국 한 그릇이 제게 한 해의 목표 달성률을 체크하는 성적표를 제시하는 것만 같습니다.
물론, 떡국은 맛있습니다. 하지만 그 맛은 이제 제게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 역할을 합니다. 쫄깃한 떡을 씹을 때마다 지난 해의 후회와 올해의 다짐이 교차하고, 시원한 국물은 마치 제 삶의 희로애락을 담은 듯 깊은 맛을 선사합니다. 심지어 떡국에 들어간 파의 초록빛조차도 저에게는 어떤 심오한 의미를 지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제 삶의 녹색 신호등 같달까요?
제가 떡국을 먹는 방식도 나름의 철학이 있습니다. 먼저, 떡의 양을 꼼꼼히 체크합니다. 떡이 많으면 그만큼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뜻이고, 떡이 적으면… 글쎄요, 그건 좀 걱정입니다. 그리고 국물을 마실 때는 천천히, 한 모금 한 모금 음미합니다. 마치 한 해를 되돌아보듯이 말이죠. 가끔은 떡국에 김치를 듬뿍 넣어 먹습니다. 김치의 매콤함은 제게 삶의 활력을 주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너무 매운 김치는… 그건 또 곧 다가올 힘든 한 해를 예고하는 것 같아서 좀 망설여집니다.
제 친구들은 떡국을 먹는 방식이 저와 다릅니다. 어떤 친구는 떡국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