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설날이 왔다. 덕담과 함께 건네지는 따뜻한(?!) 세뱃돈 봉투. 하지만 그 안의 내용물은 언제나처럼 빈약하기 그지없다. 내 나이 스물여섯, 이제 세뱃돈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왠지 모르게 창피한 일이 되어버렸다. 어릴 적, 새빨간 봉투를 받아 쥐고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때는 봉투 안의 만 원짜리 한 장도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 된 기분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어른들은 여전히 내게 “어머, 이제 컸다고 세뱃돈 안 주려고 했는데!”라며 능글맞은 미소를 짓고, 손에 쥐어주는 건 고작 만 원짜리 한 장, 혹은 심지어 오천 원짜리 한 장일 때도 있다. 그 돈으로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커피 한 잔 값에도 못 미치는 이 돈은 내 씁쓸한 현실을 더욱 부각시킬 뿐이다.
올해는 다르다. 나는 세뱃돈 봉투 탈출 대작전을 계획했다. 목표는 세뱃돈을 최대한 많이, 그리고 효율적으로 획득하는 것이다. 작전명은 ‘프로 세뱃돈 헌터 작전’. 작전 개시!
먼저, 정보 수집이 중요하다. 각 친척들의 세뱃돈 지급 규모와 지급 방식을 분석해야 한다. 고모부는 항상 만 원을 꼬깃꼬깃 쥐어주시지만, 이모는 봉투에 돈을 넣어주는 폼이 꽤나 멋있다. 그 폼새에 비례해서 돈도 많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할머니는 봉투에 현금 대신 상품권을 넣어주시는데, 그 상품권의 종류와 금액도 분석해야 한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접근 전략을 세워야 한다.
다음은 작전 수행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기력’이다. 어른들 앞에서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모습을 연기해야 한다. 눈망울을 촉촉하게 만들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외치는 것은 기본이다. 그리고 봉투를 받는 순간, 감동과 기쁨을 표현하는 연기는 필수다. 절대 실망한 기색을 보여서는 안 된다. 봉투를 받는 순간의 표정은 마치 로또 1등에 당첨된 듯한 기쁨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한다. (실제로는 속으로 ‘이게 뭐야…’라고 생각하겠지만.)
하지만 연기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략적 접근’도 필요하다. 가장 먼저 세뱃돈을 많이 주는 어른들에게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세뱃돈을 받은 후에는 감사 인사를 잊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