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설날이 왔다. 명절의 즐거움과 함께 나를 괴롭히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세뱃돈’이다. 어른들은 싱글벙글 웃으며 봉투를 건네지만, 그 안의 돈은 내 손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이미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왜냐하면, 세뱃돈은 곧 ‘가족 경제의 핵심 자원’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세뱃돈이라고 해봐야 만 원, 많아야 오천 원이 전부였다. 그나마도 엄마가 압수해서 저금통에 넣어두고, 내가 쓸 수 있는 돈은 겨우 천 원 남짓이었다. 그 천 원으로 뭘 할 수 있었겠는가? 쫀드기 두 개와 뽑기 한 번이 전부였다. 그래서 나는 어릴 적부터 세뱃돈에 대한 깊은 원한을 품고 살아왔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으면서 세뱃돈의 액수는 조금씩 늘어났다. 고등학생 때는 꽤 괜찮은 액수의 세뱃돈을 받았다. 그때는 드디어 내가 경제적 자유를 얻는구나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내가 받은 세뱃돈은 곧바로 학원비, 용돈, 그리고 엄마의 ‘비상금’으로 변신했다. 나는 그저 세뱃돈을 관리하는 ‘관리자’일 뿐, 진정한 ‘소유자’는 아니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세뱃돈의 액수가 더 늘어났다. 하지만 그 돈은 더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등록금, 생활비, 그리고 엄마의 ‘비상금’에 더해, 이제는 아빠의 ‘골프 용품 구매 자금’까지 포함되었다. 나는 세뱃돈을 받는 순간부터 이미 ‘가족 경제의 노예’가 된 기분이었다.
지금은 사회생활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뱃돈은 나에게 숙제와 같다. 조카들에게 세뱃돈을 주는 것은 괜찮다. 어차피 내 돈이 아니니까. 하지만 내가 받는 세뱃돈은 이야기가 다르다. 나는 어른들에게 세뱃돈을 받을 때마다 복잡한 심경에 휩싸인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은근히 돈을 숨기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마치 첩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말이다.
올해 설날, 나는 세뱃돈 봉투를 받으면서 새로운 작전을 세웠다. ‘봉투 탈출 작전’이다. 나는 봉투를 받는 순간, 마치 마술사처럼 재빨리 돈을 꺼내 내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는 빈 봉투를 어른께 돌려드리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나는 세뱃돈을 지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