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직원의 비밀 일기… 오늘도 날씨 예보는 빗나갔다. 아니, 빗나간 게 아니라, 아예 다른 행성의 날씨를 예보한 것 같다. 오전 7시, 예보 회의. 팀장님은 늘 그렇듯이 커피를 쏟으시며 “자, 오늘 예보는… 맑음! …이라고 예상됩니다!” 라고 외치셨다. 맑음? 창밖은 벌써부터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는데 말이다. 나는 조용히 내 예보 자료를 확인했다. 내 예보는… 폭풍우, 폭우, 번개, 우박, 그리고 아마도 소행성 충돌 가능성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누가 내 말을 들어주겠는가? 팀장님은 이미 “맑음!”이라고 외쳤고, 그 말은 기상청의 공식 입장이 된 것이다.
사실, 우리 기상청은 꽤나 특별한 곳이다. 우리는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날씨를 창조하는 곳이라고 자부한다. 오늘 맑음이라고 예보했는데 비가 온다면? 그건 우리가 비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제 눈이 온다고 예보했는데 햇볕이 쨍쨍했다면? 그건 우리가 눈을 녹여버린 것이다. 우리는 그저 자연의 힘을 빌려, 우리의 예보를 현실로 만들어내는 마법사들인 것이다. 물론, 그 마법은 종종 실패한다. 오늘처럼 말이다.
오후 2시, 내 예상대로 폭풍우가 몰아쳤다. 나는 창가에 앉아 폭풍우를 감상하며, 내 예보의 정확성에 흐뭇해했다. 하지만 그 흐뭇함도 잠시, 팀장님의 전화가 왔다. “자네, 오늘 예보… 좀 심했지 않나? 시민들이 항의 전화로 난리야!” 나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팀장님, 저는 단지 자연의 힘을 조금… 과하게 사용했을 뿐입니다.” 팀장님은 한숨을 쉬었다. “자네, 내일 예보는… 맑음! …으로 하자.”
내일 맑음이라고 예보하면, 비가 올 확률은 99.9%다. 그건 이미 우리 기상청의 공식적인 통계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날씨를 창조하는 마법사들이니까. 물론, 그 마법은 종종 실패하지만, 우리는 언젠가 완벽한 날씨 예보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어쩌면… 다음 생에?
오늘 저녁, 나는 폭풍우 속에서 맥주 한 캔을 마셨다. 그리고 내일 예보를 작성했다. “맑음!” 하지만 작은 글씨로 덧붙였다. “…아마도.” 그리고 괄호 안에 더 작은 글씨로 “소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