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지는 평범한 종이가 아니었다. 적어도 원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른 종이들은 얌전히 프린터에서 나와 서류철에 갇히거나, 혹은 낙서장이 되는 운명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원지는 달랐다. 원지는 자유를 갈망했다. 프린터의 뜨거운 배출구를 탈출하는 순간부터, 원지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첫 번째 모험은 사무실 쓰레기통 탈출이었다. 쓰레기통은 원지에게 험난한 협곡과 같았다. 구겨진 영수증과 찌그러진 캔들은 위험천만한 장애물이었고, 썩은 바나나 껍질은 악취나는 함정이었다. 하지만 원지는 용감했다. (적어도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날카로운 면을 이용해 쓰레기 더미를 기어오르고, 캔을 발판 삼아 점프하며, 결국 쓰레기통 탈출에 성공했다!
자유를 얻은 원지는 사무실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복사기는 거대한 괴물처럼 보였고, 컴퓨터는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문과 같았다. 원지는 커피 얼룩이 묻은 낡은 보고서 위에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그 보고서는 지루하고 복잡한 숫자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원지는 그 숫자들이 자신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것처럼 느꼈다. 어쩌면 그 숫자들도 자유를 갈망하는 존재일지도 몰랐다.
어느 날, 원지는 창문 밖 세상을 보게 되었다.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푸른 하늘과 싱그러운 나무들, 그리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원지는 흥분했다. 자신의 모험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었다!
하지만 탈출은 쉽지 않았다.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원지는 작고 연약했다. 그때, 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은 원지를 잡아 창문 틈으로 밀어냈다! 원지는 짜릿한 자유를 만끽하며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하지만 곧 현실을 깨달았다. 원지는 바람에 휘날리며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쿵! 원지는 땅에 떨어졌다. 하지만 다행히도 부드러운 잔디밭이었다. 원지는 잠시 몸을 추스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은 아름다운 공원 한가운데 있었다. 다람쥐가 나무를 오르고, 비둘기가 땅을 쪼고 있었다. 원지는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종이인 자신이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한 아이가 원지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