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임시공휴일. 대한민국 전 국민의 심장을 쿵! 하고 뛰게 만든 그 소식. 카톡 단톡방은 물론, 회사 워크스페이스 채팅창까지 순식간에 축제 분위기로 물들었죠. 마치 로또 1등에 당첨된 듯한 희열과, 갑작스러운 행복에 잠시 정신을 놓은 듯한 혼란스러움이 공존하는 그 기묘한 순간 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 순간, 냉장고에 잠자고 있던 맥주들을 꺼내 정렬하며 벅찬 감동에 휩싸였습니다. 이제 드디어, 밀린 드라마 정주행과 잠자는 킹사이즈 침대와의 로맨틱한 만남을 가질 수 있다니!
하지만 이 기쁨도 잠시,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27일이 임시공휴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저의 폰은 쉴 새 없이 울려댔습니다. 친구들, 가족들, 심지어는 몇 년 만에 연락이 끊긴 고등학교 동창까지 저에게 연락해 왔습니다. 모두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었죠. 바로 “27일 뭐 할 거야?” 라는 질문과 함께 쏟아지는 놀이 계획 제안들!
마치 27일이라는 날짜가 전 세계의 모든 놀이 계획을 흡수하는 블랙홀이 된 것 같았습니다. 캠핑, 등산, 바다 여행, 심지어는 급하게 계획된 해외여행까지. 저의 폰은 쉴 새 없이 울리고, 저는 쉴 새 없이 거절해야만 했습니다. 저의 소중한 휴일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 사실, 저는 27일 계획이 이미 있었습니다.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네, 맞습니다. 저의 야심 찬 27일 계획은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였습니다. 몇 달 동안 쌓인 피로를 풀고, 잠시나마 세상과 단절하여 저 자신과의 시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의 끊임없는 계획 제안은 저를 끊임없이 흔들었습니다. “야, 27일 뭐해? 우리 술 한 잔 할까?” “27일 시간 괜찮아? 나랑 같이 영화 보러 갈래?” “27일 캠핑 갈 사람! 손!”
저는 매번 “아, 미안. 27일은 좀 바빠.” 라고 거짓말을 해야 했습니다. 사실 바쁜 게 아니라,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것뿐입니다. 하지만 친구들의 끈질긴 구애(?)에 결국 저는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27일 오후, 친구들과 함께 늦은 점심을 먹고, 근처 공원에서 맥주를 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