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natbook 지진? 땅 좀 빌렸습니다. 아, 물론 제가 땅을 빌린 건 아니고, 제 몸이 빌려진 거죠. 정확히 말하자면, 제 몸이 잠시 땅의 격렬한 춤사위에 휘말린 겁니다. 어제 밤, 꽤나 강력한 지진이 있었거든요. 제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는 마치 술 취한 코끼리가 훌라후프를 돌리는 것처럼 흔들렸습니다. 침대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고, 제 몸은 격렬한 탱고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지진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습니다.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들이 현실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죠. 제가 상상했던 지진은 땅이 살짝 흔들리는 정도였습니다. 마치 누군가 땅 밑에서 살짝 발을 구르는 것 같은, 그런 정도 말이죠. 하지만 현실은… 현실은 제가 상상했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마치 거대한 괴물이 땅속에서 몸부림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침대에 붙잡힌 채, 괴물의 춤사위에 휘말려 정신을 놓을 뻔했습니다.
제가 가장 놀랐던 건 제 반응이었습니다. 영화에서처럼 용감하게 행동하거나, 침착하게 대피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저 침대에 납작 엎드려, 눈을 질끈 감고, 괴물의 춤이 끝나기를 기도했습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 품에 안겨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죠. 그때 제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내일 아침에 늦잠을 자면 어쩌지?’, ‘내가 좋아하는 컵라면이 떨어졌으면 어쩌지?’, ‘내 머리카락이 엉망이 되었으면 어쩌지?’ 이런 사소한 걱정들이 제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진정한 위기 상황에서 저는 생각보다 훨씬 더 유치하고 사소한 것들에 집착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진이 끝나고 나서, 저는 겨우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온몸이 욱신거렸고, 머리는 핑핑 돌았습니다. 마치 격렬한 운동을 하고 난 후의 탈진 상태와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저는 큰 부상 없이 지진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아파트는 몇 군데 금이 갔지만, 무너지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컵라면도 멀쩡했고, 머리카락도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물론 좀 헝클어졌지만요.)
이번 지진을 통해 저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