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natbook 시계, 그 작은 악마. 매일 아침, 침대 옆에서 섬뜩한 숫자들을 뽐내며 나의 달콤한 잠을 깨우는 저 작은 사악한 기계. 나는 시계를 증오한다. 아니, 증오라는 단어는 너무 약하다. 나는 시계를 혐오한다. 경멸한다. 심지어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싶을 정도다. 그 끊임없는 째깍거림은 내 심장 박동보다 더 빠르게, 더 시끄럽게, 더 잔인하게 나의 시간을 갉아먹는 소리처럼 들린다.
내가 시계를 싫어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시간을 잔인하게 폭로하기 때문이다. 아, 그 시간이라는 놈. 언제나 부족하고, 언제나 촉박하고, 언제나 나를 압박한다. 시계는 그 시간의 잔혹한 음모에 동조하는 공범이다. 마치 사악한 마법사의 부하처럼, 끊임없이 시간의 흐름을 상기시키며 나를 괴롭힌다.
어제는 늦잠을 잤다. 알람을 끄고 다시 잠들었다. 그 순간, 시계는 나를 비웃는 듯 째깍거렸다. “하하, 늦었지?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아.” 마치 시계가 내 머릿속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결국 지각을 했고, 상사의 눈총을 받았다. 모두 시계 때문이다. 시계가 없었다면, 나는 그렇게 늦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적어도 늦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무지가 행복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나는 시계를 없애고 싶다. 세상에서 모든 시계를 없애버리고 싶다. 그러면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질까? 아마 그렇지 않겠지. 태양의 움직임, 달의 주기, 계절의 변화… 시간은 자연의 섭리이니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시계만큼은 없앨 수 있지 않을까? 시계가 없다면, 나는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느긋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는 시계를 써야 한다. 약속 시간을 지키기 위해, 중요한 일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나는 시계의 노예가 된 것이다. 시계의 잔혹한 음모에 굴복한 것이다.
어쩌면 시계는 나쁜 놈이 아닐지도 모른다. 단지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일 뿐이다. 문제는 나에게 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나의 무능함, 시간의 압박에 굴복하는 나의 나약함. 시계를 탓하기 전에, 나 자신을 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