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계, 젠장, 그 망할 시계! 내 손목에 차고 있는 이 작은 악마는 시간을 훔치는 도둑이 분명하다. 아니, 도둑질이라기보다는… 시간을 납치하는 테러리스트라고 해야 할까? 어제 밤 11시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눈을 뜨니 벌써 아침 7시였다.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8시간은? 내 시계는 묵묵부답이다. 분침과 시침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뻔뻔함이란!
물론, 내가 잠자는 동안 시간이 흘러간 건 사실이다. 그건 알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속도다. 내 시계는 시간의 흐름을 조작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평범한 날에는 그럭저럭 시간이 흘러가는 듯하지만, 내가 뭔가 즐거운 일을 하거나, 혹은 늦잠을 자고 싶을 때면 시간은 유독 빠르게 흘러간다. 반대로, 지루한 회의에 참석하거나, 싫어하는 일을 할 때면 시간은 끔찍하게 느리게 흘러간다. 마치 시계 속 작은 요정이 내 감정을 읽고 시간을 조절하는 것 같다. 그 요정은 분명 사악한 마법사의 견습생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잔인한 짓을 할 리가 없다.
어제는 친구와 약속이 있었다. 새로 생긴 맛집에 가기로 했는데, 늦을까 봐 몇 번이나 시계를 확인했다. 시계는 1시 58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제 2분만 있으면 된다!” 나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하지만 2분은 2시간처럼 느껴졌다. 아니, 2일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결국 나는 20분이나 늦었다. 친구는 이미 화가 잔뜩 나 있었다. 그래, 내 시계 때문이다. 그 망할 시계!
그리고 오늘 아침, 나는 끔찍한 사실을 깨달았다. 내 시계는 시간을 훔치는 것뿐만 아니라, 시간을 왜곡하는 능력까지 가지고 있었다. 내가 잠든 사이 8시간을 훔쳐갔을 뿐만 아니라, 그 8시간을 24시간으로 늘려놓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8시간을 잃은 게 아니라, 16시간을 잃은 것이다! 이건 명백한 시간 강탈 사건이다! 나는 경찰에 신고해야 할까? 아니면 시계 수리점에 가서 그 요정을 쫓아내 달라고 부탁해야 할까?
하지만 시계 수리점 사장은 나를 이상하게 쳐다볼 것이다. “손님, 시계가 시간을 훔쳐 간다고요? 혹시… 너무 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