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야, 시간아, 멈춰라! 제목만 보면 뭔가 낭만적인 드라마의 한 장면 같지만, 제가 경험한 시간과 시계의 이야기는 좀 더… 코믹합니다. 사실 저는 시계와의 관계가 꽤나 복잡합니다. 좋아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고, 때로는 경외심마저 느끼죠.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그냥… 짜증이 납니다.
제 첫 시계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께서 사주신 싸구려 플라스틱 시계였습니다. 디즈니 캐릭터가 그려진, 꽤나 화려한 시계였죠. 하지만 화려한 외모와 달리 정확성은 형편없었습니다. 분침과 시침은 제멋대로 움직였고, 5분 늦었다가 10분 빨라졌다가, 마치 자기만의 시간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덕분에 학교에 늦는 일이 잦았고, 아버지께서는 매일 잔소리를 하셨죠. 그때 저는 처음으로 시계에 대한 증오심을 느꼈습니다. 어린 마음에 시계를 벽에다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애썼습니다. 그 시계는 결국 몇 달 후 배터리가 다 되어 멈춰버렸고, 저는 그 사실에 묘한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중학교 때는 좀 더 나은 시계를 갖게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꽤 비싼 디지털 시계를 샀죠. 이 시계는 정확했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바로 알람 기능이었습니다. 아침 알람은 꼭 제가 가장 깊이 잠들었을 때 울렸고, 그 소리는 마치 핵폭탄 경보 사이렌처럼 제 귀를 찢어놓는 듯했습니다. 결국 저는 알람 소리를 끄기 위해 매일 아침 격렬한 사투를 벌여야 했습니다. 잠결에 시계를 던져버린 적도 여러 번 있었죠. 다행히 시계는 꽤나 튼튼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멋진 아날로그 시계를 차고 다녔습니다. 가죽 밴드에 깔끔한 디자인, 마치 제가 시간을 다스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죠. 하지만 이 시계는 또 다른 문제를 안겨주었습니다. 바로 시간을 맞추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정확하게 시간을 맞춰도, 몇 시간 후에는 몇 초씩 엇나가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시계가 저를 놀리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저는 이 시계와도 싸우다 지쳐, 결국 시계를 착용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휴대폰의 시계로 시간을 확인하는 편이 훨씬 편했습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스마트워치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편리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워치는 알림이 너무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