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길을 잃은 자의 웃픈 안내서**

나침반. 세상에서 가장 간단하면서도, 가장 복잡한 기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바늘 하나가 지구의 자기장을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은, 과학의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의 방향 감각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아이러니죠. 저는 길치입니다. 네, 자랑입니다. 길치인 제게 나침반은 생존 필수품이자, 동시에 끊임없는 웃음과 좌절을 안겨주는 존재입니다.

제 첫 나침반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께서 생일 선물로 주신 것이었습니다. 멋진 금속 케이스에 담겨 있었고, 반짝이는 바늘은 마치 모험을 기다리는 듯했습니다. 저는 당장 뒷산으로 달려가 보물을 찾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물론, 보물은 찾지 못했습니다. 대신 엉뚱한 곳에서 해가 질 때까지 길을 잃고 헤매다가, 울먹이며 아버지께 전화를 걸어 구출 요청을 했습니다. 나침반은 제 손에 꼭 쥐고 있었지만, 그 바늘은 제가 가고 싶은 곳이 아닌, 완전히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죠.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나침반을 거꾸로 들고 있었더군요. 그때의 좌절감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이후로 저는 나침반과 묘한 관계를 맺게 되었습니다. 등산을 갈 때면 항상 나침반을 챙기지만, 정작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나침반을 꺼내 들면 십중팔구 길을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마치 나침반이 제 길치 본능을 자극하는 것처럼 말이죠. 나침반을 보면서 방향을 확인하려고 하면,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 나침반 바늘이 빙빙 돌거나, 제가 서 있는 곳이 자기장이 이상한 곳이라 바늘이 제멋대로 움직입니다. 마치 나침반이 저를 놀리는 것 같습니다.

한 번은 캠핑을 갔을 때, 밤중에 화장실에 가려고 텐트에서 나왔는데, 길을 잃었습니다. 나침반을 꺼내 들었지만, 별빛 아래서 바늘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소리를 지르며 텐트를 찾아 헤매다가, 다음 날 아침 텐트 옆 덤불 속에서 잠들어 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나침반은 제 옆에 얌전히 놓여 있었고, 바늘은 여전히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제가 나침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놀립니다. 하지만 저는 나침반이 제 길치 본능을 증폭시키는 특별한 마법의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나침반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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