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 그 이름만으로도 숙연해지는, 아니, 솔직히 좀 긴장되는 이름 아닙니까? 마치 엄마가 잔소리할 때처럼, 혹은 국어 선생님이 시험지를 돌릴 때처럼,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그런 느낌. 그녀의 목소리는, 천사의 나팔소리라기보다는, 아주 섬세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엄청난 위력의 소닉 스크류드라이버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한 방에 듣는 이의 심장을 꿰뚫는, 그런 힘이 있죠.
물론, 저는 음악 전문가가 아닙니다. 제가 아는 음악 지식이라곤, ‘도레미파솔라시도’와 ‘딩동댕’ 정도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수미 씨의 위엄은 제게도 엄연히 존재합니다. 유튜브에서 그녀의 공연 영상을 보다가, 갑자기 옆집 강아지가 짖는 소리에 깜짝 놀라 리모컨을 떨어뜨린 적이 있거든요. 그 강아지, 아마 조수미 씨의 고음에 혼비백산했을 겁니다. 제가 그랬으니까요.
상상해 보세요. 조수미 씨가 슈퍼마켓에 장을 보러 갔습니다. 카트에 콩나물과 두부를 가득 담고 계산대에 서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엄청난 싸움이 벌어집니다. 두 남자가 서로 멱살을 잡고 난리도 아닙니다. 경찰을 불러야 할 판입니다. 그런데 조수미 씨가 “조용히 하세요!” 하고 한마디 외칩니다. 그런데 그 한마디가, ‘조용히 하세요!’가 아니라, ‘조용히 하세요!!!!!!!!!!!!’ 입니다. 그녀의 엄청난 고음이 슈퍼마켓 전체에 울려 퍼지고, 싸우던 두 남자는 벌벌 떨며 순식간에 싸움을 멈춥니다. 콩나물과 두부는 온전하고, 슈퍼마켓은 평화를 되찾습니다. 이것이 바로 조수미 씨의 힘입니다. 마치 성악계의 헐크, 혹은 오페라의 슈퍼맨 같은 존재랄까요?
어쩌면 그녀는 비밀리에 초능력을 훈련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녀의 고음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조종하는 ‘사이오닉 웨이브’ 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녀의 공연장에는 항상 특수 요원들이 배치되어 있고, 그녀의 스케줄은 국가 기밀로 분류되어 있는지도 모르죠. 물론, 이건 제 추측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압도적인 목소리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