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 대한민국 고속철도의 자존심이자, 나의 좌석 쟁탈전의 최전방이었다. 표 예매 성공의 짜릿함도 잠시, 내가 찜해둔 창가 자리는 이미 누군가의 짐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아니, 짐이라기엔 너무 과했지. 마치 작은 이삿짐센터가 좌석을 점령한 듯했다. 커다란 여행 가방 두 개, 등산 배낭 하나, 그리고 쇼핑백 세 개. 그 옆에는 떡하니 앉아서 핸드폰 게임에 열중인 한 청년이 있었다. 나는 잠시 망연자실했다. 내가 1초만 늦었어도… 아, 끔찍해. 마치 굶주린 사자 앞에 던져진 토끼 같은 기분이었다.
내 옆자리에는 갓난아기와 함께 여행하는 엄마가 앉아 있었다. 아기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울고, 웃고, 옹알거리고, 심지어는 나에게 침을 뱉기도 했다. 물론 의도적인 건 아니었겠지만, 내 셔츠에 묻은 침을 보니 순간적으로 SRT 좌석이 아닌, 육아 전쟁터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침착하게 냅킨으로 닦으며, 속으로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 하는 거지?’ 라고 되뇌었다. 하지만 아기의 엄마는 정말 힘들어 보였다. 그래, 난 좌석 쟁탈전에서 승리했지만, 진짜 전쟁은 따로 있는 거였다.
그리고 또 있었다. 내 맞은편에는 댄스 동아리 학생들로 추정되는 무리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끊임없이 웃고, 떠들고, 심지어는 춤을 추려고 했다. 고속철도 안에서 말이다! 나는 그들의 흥겨운 분위기에 잠시 동참할까 고민했지만, 내 옆의 갓난아기와의 전투에서 이미 지쳐 있었다. 그저 멀리서 그들의 흥겨운 춤사위를 감상하며, 내 마음속의 평화를 지키는 데 집중했다. 마치 격렬한 전투 후, 고요한 휴식을 취하는 전사와 같았다.
하지만 SRT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바로 기차 내 매점에서의 컵라면 사건이다. 나는 배가 고팠다. 아기의 울음소리와 댄스 동아리의 흥겨운 춤사위 속에서도, 내 배고픔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매점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마치 사막을 헤매는 여행자의 그것과 같았다. 드디어 컵라면을 손에 쥐었을 때, 나는 감격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 하지만 그 순간, 컵라면을 떨어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