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이름만 들어도 햇살 가득한 해변, 흥겨운 플라멩코, 그리고… 가우디. 아, 가우디. 세계적인 건축 거장 안토니오 가우디. 그의 작품들은 바르셀로나를 관광객들의 천국으로 만들었고, 동시에 바르셀로나 시민들을 끊임없는 혼란 속에 빠뜨렸다. 왜냐하면, 가우디의 건축물들은… 글쎄, 독특하다고 표현하기엔 부족하고, 기괴하다고 표현하기엔 너무 아름답고, 아름답다고 표현하기엔 너무… 기괴하다.
사실, 바르셀로나에 가면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지 않고 돌아올 수는 없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마치 거대한 레고 블록으로 지은 성당처럼 보이기도 하고, 꿈속에서 본 기묘한 괴물이 굳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천지차이. 사진으로는 그 웅장함과 기이함을 담아낼 수 없다. 실제로 보면, 압도적인 크기에 먼저 압도되고, 그 다음에는 그 복잡하고 정교한 디테일들에 정신을 빼앗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제쯤 완공될까 하는 걱정에 휩싸인다. 가우디가 돌아가신 지 벌써 백 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공사 중이라니! 만약 가우디가 살아있었다면, 지금쯤 외계인과 접촉해서 초광속 건설 기술을 도입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매력은 가우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우디 없는 바르셀로나를 상상해보자. 물론, 관광객 수는 급감할 것이다. 하지만, 그 대신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좀 더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앞에서 셀카 봉을 든 관광객들과의 사투도 없을 것이고, 좁은 골목길에서 길을 잃은 관광객들과의 충돌도 없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가우디의 건축물 말고도, 바르셀로나에는 람블라스 거리, 고딕 지구, 몬주익 언덕 등 볼거리가 넘쳐난다. 람블라스 거리는 활기 넘치는 거리 공연과 다양한 상점들로 가득 차 있고, 고딕 지구는 중세 시대의 매력을 간직한 좁은 골목길과 아름다운 건축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몬주익 언덕에서는 바르셀로나 시내의 아름다운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곳에서도 가우디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마치 그의 유령이 바르셀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