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청룡영화상은 역대급이었다. 아니, 역대급을 넘어서 ‘전설급’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영화 자체의 질이나 배우들의 연기력이 전설급이었던 건 아니다. (물론 훌륭한 작품과 배우들이 많았지만!) 전설급이었던 건 바로 그 현장의… 혼돈과 웃음이었다.
시상식은 늦은 밤, 화려한 조명 아래 시작되었다. MC는 익숙한 얼굴이었지만, 그의 멘트는 익숙하지 않았다. 아마도 대본을 잃어버렸거나, 아니면 그냥 즉흥적으로 진행하기로 결심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끊임없이 엇나가는 멘트로 관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자, 다음은… 어… 음… 아, 네! 최고의 악역상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깐만요, 이게 무슨… 아, 찾았다!”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시상자 명단을 찾아 헤맸고, 그 광경은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아이처럼 보였다.
시상자들은 더욱 흥미로웠다. 한 유명 배우는 수상 소감 도중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것도 꽤나 열정적인, 마치 K팝 아이돌의 무대를 방불케 하는 춤이었다. 관객들은 폭소했고, 카메라는 그 배우의 격렬한 춤사위를 놓치지 않고 잡아냈다. 또 다른 시상자는 수상자 발표를 깜빡 잊고, 자신의 수상 소감을 5분 동안이나 늘어놓았다. 결국 사회자는 난감한 표정으로 그의 마이크를 빼앗아야만 했다.
그리고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최우수 작품상 시상이었다. 수상작 발표 직전, 심사위원장은 갑자기 심장이 아프다며 쓰러졌다.(다행히도 가벼운 실신이었다고 한다.) 잠시 아수라장이 된 현장은 긴장감과 웃음이 교차하는 기묘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결국 응급처치 후, 심사위원장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수상작을 발표했는데… 그 발표는 또 하나의 웃음 폭탄이었다. 그는 수상작 제목을 잊어버린 것이다! “아… 제가… 잠깐만요… 이게… 아, 맞다! ‘고양이와 쥐의 흥미진진한 추격전’ 이었습니다!” 실제 수상작은 엄청나게 심오한 주제를 다룬 드라마였지만 말이다.
이 모든 해프닝에도 불구하고, 시상식은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었다. 수상자들의 감격적인 눈물과 엉뚱한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