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날의 펭귄 대탈출**

눈이… 눈이 온다! 하늘에서 솜사탕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냉동실 문이 열린 것도 아닌데, 하얀 솜털 같은 것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내린다. 어제까지만 해도 햇살 쨍쨍, 봄이 오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이게 바로 폭설이라는 건가? 나는 솔직히 폭설이라는 단어가 주는 웅장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 머릿속 폭설은 그저 겨울왕국 엘사가 잠깐 실수로 만든 정도의, 곧 녹을 것 같은 그런 눈이었다. 현실은? 내 키만큼 눈이 쌓였다. 내 키가 작다는 건 잠시 잊어주시길.

문제는 눈만 쌓인 게 아니라는 거다. 내가 사는 곳은 동물원 근처다. 정확히 말하면, 펭귄 사육장 바로 옆 아파트다. 평소엔 펭귄들의 귀여운 꽥꽥거림과 앙증맞은 걸음걸이에 심쿵하며 살았지만, 오늘은 상황이 다르다. 눈 때문에 펭귄들이 탈출했다.

처음엔 한 마리, 두 마리, 조용히 눈 속에 파묻힌 채 움직이는 걸 보았다. “아, 귀엽다.” 나는 순간 펭귄들의 눈싸움을 상상하며 카메라를 들었다. 하지만 곧 현실을 깨달았다. 귀여운 펭귄들은 눈 속을 헤치고 다니며 아파트 단지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마치 눈 속의 검은 점들이 점점 커지는 것처럼, 펭귄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내 베란다 창문에는 펭귄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눈을 구경하고 있다. 마치 극장의 관객석처럼 말이다. 어떤 펭귄은 내 화분에 앉아서 졸고 있고, 어떤 펭귄은 내 현관문 손잡이를 잡고 흔들고 있다. 심지어 한 펭귄은 내 냉장고 문을 열려고 애쓰고 있다. 아마도 펭귄들의 냉장고에는 맛있는 생선이 가득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나는 펭귄들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눈 때문에 길이 막혀서 동물원 직원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경찰에 신고해도 “눈 때문에 펭귄이 탈출했다고요?”라는 반응밖에 돌아오지 않을 게 뻔했다. 나는 펭귄들의 침공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펭귄들을 위한 작은 파티를 열었다. 냉장고에 있던 생선 통조림을 꺼내 펭귄들에게 나눠주고, 눈으로 만든 작은 눈사람들을 만들어 함께 사진을 찍었다. 펭귄들은 의외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다. 마치 프로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며 카메라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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