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나무다리. 그 이름만으로도 아찔함과 긴장감이 느껴지는 곳. 그런데 하필이면 사랑이 그 외나무다리 위에서 시작되었다니, 이보다 더 극적인 상황이 있을까요? 제 이야기는 바로 그 외나무다리에서 시작됩니다. 물론, 문자 그대로의 외나무다리는 아니었죠. 제가 말하는 외나무다리는, 좁고 아슬아슬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야만 건널 수 있는, 그런 관계의 은유였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저, 김철수입니다. 평범한 회사원이죠. 평범한 외모, 평범한 직장, 평범한 취미… 심지어 평범한 이름까지. 제 인생은 그야말로 평범함의 결정체였습니다. 그러다 만난 그녀, 이영희 씨. 그녀 역시 평범함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평범함 속에는 어딘가 모르게 묘한 매력이 숨어 있었죠. 마치 낡은 앨범 속 흑백사진처럼, 처음엔 눈에 띄지 않지만 자꾸만 눈길이 가는 그런 매력 말입니다.
우리가 만난 곳은 회사 야유회 장소였습니다. 장소는 깊은 산 속, 계곡을 건너야 하는 다리가 바로 그 ‘외나무다리’였습니다. 정확히는 외나무다리가 아니라, 낡고 삐걱거리는 나무판자 다리였죠. 그 다리를 건너는 동안, 저는 영희 씨의 손을 잡았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잡으려고 했죠. 제가 먼저 손을 내밀었는데, 영희 씨도 동시에 손을 내밀었고, 우리의 손은 공중에서 엇갈렸습니다. 그 순간, 다리는 삐걱거렸고, 저는 균형을 잃을 뻔했습니다. 그때, 영희 씨가 제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그녀의 손은 차갑고, 약간 땀이 났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따뜻했습니다.
그 후로 우리는 급속도로 가까워졌습니다. 외나무다리에서의 아찔한 만남은, 우리 관계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죠. 하지만 우리의 관계는 외나무다리처럼 아슬아슬했습니다. 영희 씨는 고양이를 닮은 신비로운 매력을 가진 여자였습니다. 때로는 애교 넘치고, 때로는 도도하고, 때로는 예측불허였죠. 저는 그녀의 마음을 읽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마치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것처럼,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데이트는 항상 스릴 넘쳤습니다. 번지점프를 하러 가거나, 스카이다이빙을 하거나, 심지어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키스를 하기도